제로와 사역마...가 아니고 양치기 책을 읽자



계속해서 허리 치료중이라 오래 앉아있을 수는 없다보니 누워서 열심히 책이나 읽고 있다.

제목은 제로와 양치기(零と羊飼い).

옛날게임을 좀 해봤다면 '화성계획!'하면 '아~'할 것이고, 그나마 요새 게임이라면 '심포닉 레인!'하면 '아~'하고 생각이 날동말동한 코가도 스튜디오 측에서 웹노벨형식으로 연재하던 물건이었다.(난 솔직히 말해 화성계획하고 심포닉 레인 말고는 모름)

그러다가 그림 붙이고, 음악붙이고 해서 패키지로 내게 된 것이 이 소설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양의 방주(羊の箱舟)다.

이 소설은 양의 방주가 원작인 만큼, 여기서 뗄거 떼고, 넣을 거 넣고 요래조래 추가한 물건이지만 본인이 양의 방주를 사놓고 귀찮다는 이유로 전혀 해보질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바꼈는지 비교할 수가 없다는게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겠다.

상당히 인지도가 없는 물건이라 이래저래 암흑의 루트를 뒤져도 잘 안나오고, 그냥 3,000엔밖에 안하는데 하고 싶으면 사서해라.

생긴건 요래 생겼음

http://www.kogado.com/html/hitsuzi/

양의 방주의 홈페이지인데 여기서 본문의 상당량을 볼 수 있으나 치명적인 뒷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코가도 팬페이지 같은곳에서 번역이 되어있던걸로 기억하니 찾아봐도 좋을 듯 싶다.





인간들중에 특수한 능력을 지닌자, 그들을 이능자(異能者)라고 부른다.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생겨나기 시작했고 일반 인간이 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짐과 동시에 '자신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물건을 똑같은 힘으로 튕겨내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지구를 향해 거대한 운석이 날아온다.
이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면 100% 인류는 전멸.
합중국은 그 사실을 이미 발견하고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해봤으나 실패, 마지막 수단으로 이능자들의 능력(튕겨내는 능력)을 이용해 운석을 튕겨내려 한다.
그 방법은 셔틀에 이능자를 태워 운석을 튕겨내지만, 그 셔틀에 이능자는 100% 죽는다.
그리고 이 극비리 프로젝트에 뽑힌 자는

자신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 자
자기자신과 세계를 부정하는 자
자신의 반을 잃어버린 자

이 중 한 명은 반드시 셔틀에 타야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1주일.

스토리는 대충 이런 느낌.

작가는 니시카와 마오토라는 동 회사의 게임 '심포닉 레인'을 맡은 사람이다.
일러스트는 역시 '심포닉 레인'에서 일러스트를 맡았던 시로 라는 사람.

스토리는 읽어보면 될거고 일단 눈에 가는건 일러스트일테니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라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래저래 미묘한 그림체다.
미묘하다기보다는 그림 퀄리티가 들쑥날쑥하다. 성인여성, 어린여자아이나 남자아이는 비교적 잘 그려내는 편이나 남자는 좀 쪼끔 눈물날 수준까지 그려낼 때도 있다.
한때 슬럼프가 와서 한때 일을 쉰 것 같긴하나 자세한건 나도 잘 모름.
잘 나갈땐 랴겜 '나츠메로'라는 것도 만들었었다. 화집도 내는등 확실히 인기는 있는 것 같다. 근데 소설 삽화 보다보면 진짜 미묘...근데 또 소설 표지보면 잘 그린거 같기도 하고...흠좀....

이제 소설 얘기.

각 파트마다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데 처음 읽을때는 신경쓰지 말고 한번 쓱 보는 느낌으로, 절대 무시하지는 말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중간까지 읽다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전부 다 살 방법이 전혀 없다. '아~답이 없어요~'라는 건 이럴때 하는 소리인듯.

후반부를 보면서 문득 Ever17의 브릭빈켈 생각도 나더라.

반전 같지 않은 반전, 어떻게 생각하면 어떤 인간의 능력에 의해 읽는 독자는 이 이야기가 마치 패러렐월드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인간은 패러렐월드의 형태를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그럴싸한 말이라면 '어떤 결과로 나아갈 가능성'의 이야기를 독자가 읽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SF지만 잔잔한 SF이야기 라고 해야하나. 약간 부족한 감도 없지 않지만 상당히 내용면에서 충실하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때 오는 미묘한 느낌은 책을 덮고 조금 책에 대해 다시 훑어보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오덕매체같은 가벼운 소제로 나오기도 미묘한 물건이었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나오기도 좀 미묘한지라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지만 묻히기 쉬운 물건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르키소스와 함께 그림만 있지 라노베로 나오기엔 전혀 가볍지 못한 물건이었음.

시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로의 컬러 일러와는 달리 매체 관계상 only 펜으로 그려제끼는(톤도 없음) 그림 때문에 볼 가치가 있을수도 있겠고, 인간에 대해, 인간이 사는 이유가 무엇인가, 죽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역시 읽어볼 가치가 있을 그런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자체는 지명도도 없으니...

간만에 조금 무거운 느낌의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잡소리 : 글 다 쓰고나서 좀 뒤져보면서 생각해보니까, 이 소설 제 정신인 인간이 별로 없다...한놈은 자기 기억을 지우질 않나(그것도 3번), 한놈은 이중인격에, 한놈은 자기를 죽이려는 놈을 사랑한다고 그러고, 한놈은 원수를 인공복제해서 다시 죽이려고 하고...생각보다 막장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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