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lize Human Communication Chapter 2. 장소 : 사가미코 작업

http://escape.rash.jp/NHC/NHC_0102_PortraitOfFebruary.html

이상하게 날짜가 안바뀌길래 미친 듯이 약 3시간 번역했는데 알고보니 파트3개짜리 분량이었다. 두둥.

역자 주1번에 있는

Thumb's-up

이라는 건....난 잘 몰랐는데 그냥 엄지를 내미는 만족의 제스쳐다.

가타가나로 읽으면 '사무스 아뿌'이라고 하는데 이럴 경우 난 '섬스업'으로 처리하는데 저런 영어 나오면 이럴때마다 "일본 외래어 너무해 ㅠㅠ" 하는 생각이 미칠듯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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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 2. 14 (Sat) 장소 : 사가미코

"갑작스레 죄송하지만, 2/14, 15일동안 휴업합니다"
2월 14일, 구름없는 푸른하늘의 아침.
뒷좌석에 모토카씨를 태운 오토바이는,
천천히 케이크가게 "샤노아르"로 다가가, 멈춰선다.
CLOSE가 걸린 현관 앞.
점장님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붙인 종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안녕하세요, 점장님
점장 : 좋은 아침. 발렌타인 데이에 휴업하는 케이크집은 전 세계에서 이곳 뿐일거야. 음, 남자는 결단력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사코군?
이노사카 모토카 : 그렇네요. 우유부단한 남자는 글러먹었어요
사코 신페이 : 왜 모토카씨가 대답하는 거죠...
한숨을 쉬며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주차된 라이트밴에는,
이미 출발 준비가 끝나 있었다.
대부분의 짐은 어제 거의 다 옮겨놓았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 왔구만? 좋은 아침~!
사코 신페이 : 안녕. ....텐션 높은걸, 스즈노
에노마치 스즈노 : 당근이지~. 얼마만에 가는 여행인데!
현관에서 나온 스즈노는,
온 몸에서 흥분의 오라를 발산하고 있다.
어지간히 기대돼나 보다.
이노사카 모토카 : 스즈노쨩. 몸 상태는 괜찮아? 무리하면 안된다?
에노마치 스즈노 : 네~에
사코 신페이 : ....점장님, 스즈노가 저렇게 솔직한 아이였던가요....
에노마치 스즈노 : ....다 들려, 사코 씨. 집 지키고 싶어?
사코 신페이 : 당치도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점장님 : 핫핫핫. 사코 군. 고집쟁이 여자아이도, 나름 매력있다고 난 생각하네
사코 신페이 : 음, 전 솔직한 여자가 더....아, 아야야! 발 밟지마!
에노마치 스즈노 : 바보같은 소리하고 있을 시간이 있으면 사진 한장이나 더 찍어!!
사코 신페이 : 알았어, 알았어!!
뽀루퉁한 스즈노였지만, 그 1초후에는 미소로 돌아와있다.
그만큼 이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컸구나 하고 내심 놀란다.
뒤에 맨 가방에서 평소 쓰던 카메라를 꺼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응. 사코씨는 촬영이 유일한 일이야. 제대로 찍어야된다?
사코 신페이 : 네네. 그럼, 찍을게요. 출발전에 한 장. 3명 다 모여서.....
스즈노가 모토카씨의 손을 당긴다.
점장님이 두 사람 뒤에 서서 미소짓는다.
사코 신페이 : 네, 찍습니다~
V사인을 한 스즈노, 카메라를 보고
미소짓는 모토카씨와 점장님의 광경이,
카메라의 배면 디스플레이에 정지되었다.
구도도 뭐고 아무것도 없는 사진이었지만,
스즈노의 미소는 지금까지 찍었던 것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
에노마치 스즈노 : ....그래서 말여~, 그때 모리야마씨가....
이노사카 모토카 : 엑, 진짜? 대단한데
에노마치 스즈노 : 그제~?...아, 모토카 언니, 바다! 바다 보인다!
뒷좌석에 앉은 여성 2인조는
1초도 끊길 새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여자가 3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들 하지만,
2명이어도 충분히 시끄럽다.
스피커에서는 분명 음악이 흐르고 있긴한데,
기타 소리는 차내에서 나는 소리를 이기지 못하고 지워져버린다.
4명을 태운 라이트밴은 해안선을 따라 가듯
이즈 반도로 향하고 있다.
앞 유리를 통과한 햇빛이 부드럽게 다리에 떨어진다.
똑바로 이어진 도로 왼쪽에는 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목적지는 아직 한참 멀었고,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도착예정시각은 정오라고 표시하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점장님, 즐거워보이시네요
옆에서 핸들을 쥐고 있는 점장님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
점장 : 핫핫핫. 물론, 즐겁지. 이야, 두 사람은 사이가 정말 좋아, 마치 자매같구만
에노마치 스즈노 : 언니? 모토카 언니가 진짜 우리 언니면 대환영이지. 미안이고~
이노사카 모토카 : 나도, 스즈노 같은 귀여운 여동생이라면 대환영이야. 쓰다듬 쓰다듬
에노마치 스즈노 : 에헤헤헤....
자매라기보다는 고양이와 주인 같다.
스즈노의 변모에 아연실색하면서,
대화에 끼어들 노력을 해본다.
사코 신페이 : 그럼 스즈노, 내가 오빠다
에노마치 스즈노 : 그건 싫어
어떡하지, 나 울고 싶어
에노마치 스즈노 : 2만보 양보해서, 남동생으로 타협보지 않을래?
에노사카 모토카 : 그래. 사코는 오빠하기엔 좀 무리지
사코 신페이 : 모토카씨까지 동의하지 마세요...
점장님 : 사코군. 그럼 내 남동생이라면
사코 신페이 : 3억보 양보해서 거절할게요
어떡하지, 점장님이 울 것 같아
...............................
요코하마를 출발한지 1시간 반.
오다하라의 거의 앞에서 차를 세웠다.
이즈반도까지의 여정은 긴 데다가,
왼쪽에는 길게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에 가자고 한 건 스즈노 였지만,
차창에 펼쳐진 광경에 누구나 조금은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돌담을 조금 올라,
고가(高架)를 지나면, 시야 한 가득 펼쳐진 모래사장.
그 끝에 펼쳐진 바다가 보였다.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 바다여~. 몇 년 만인겨~?
햇빛을 맞아 수면이 반짝인다.
파도소리는 귀에 기분좋게 울려퍼지고,
해면을 쓰다듬는 바다는 뺨을 차갑게 쓰다듬는다.
스즈노는 열심히 모래사장을 밟으며 해안을 향해 걸어간다.
모래 입자에 신발이 잠기는 걸 즐기는 것처럼
이노사카 모토카 : 가끔은, 겨울 바다도 운치가 있어 좋은걸
적적함 마저 느껴질 만큼 조용한 바다.
2월의 해안선에는, 우리들 밖에 없다.
여름의 시끌벅적한 바다도 좋지만,
모토카씨에겐 이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있는 건 그저 한 없이 펼쳐진 수면뿐이지만,
그곳에는 원시적인 감동이 있었다.
이노사카 모토카 : ...후후훗. 스즈노, 어린아이같아. 저기 봐
가리킨 손가락 끝.
바닷물을 만지려고 하는지, 스즈노가 파도가 오는 때를 재면서,
갈 수 있는 곳까지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 우와......!
스즈노는 당황해하며 도약한다.
큰 파도는 예상했던 라인을 넘어버린 모양이다.
그 모습을 우리들에게 들킨 탓인지,
스즈노는 이쪽을 바라보며 뾰루퉁한 표정을 보인다.
에노마치 스즈노 : 어이~, 사코 씨~이! 카메라맨 일 안 하는겨~!?
에노사카 모토카 : 자자. 모델님의 호출이 왔네?
사코 신페이 : 네 네...
넘어져서 카메라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면서
모래에 발을 묻으며 걸어간다.
스즈노는 그 곳에서 팔을 꼬고 기다리고 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저기 사코 씨. 지금 말야, 좋은 사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해안선에서 찍는 사진 많잖여
사코 신페이 : 뭐, 수영복 사진도 동시에 찍을 수 있으니까
에노마치 스즈노 : 에~..... 그런 이유여? 아~, 그러고보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뭐, 수영복은 안갖고 왔으니 그냥 찍으면 되겄지
점장 : 수영복이라면 여기 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것도 모자라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와 있는 점장님은 감귤색 수영복을 가지고 있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바보냐! 뭐하는겨, 아빠!
점장 : 미안 스즈노. 무슨 일이 있어도 사코군이 스즈노의 수영복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사코 신페이 : 한마디도 그런 적 없어요!
점장님 : 핫핫핫. 농담일세. 이런 추운 겨울에 입었다간 얼어죽을테니 말야. 이건 이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지금은 좋은 사진을 찍어주게나
에노마치 스즈노 : 아아 정말, 바보라니깐..... 사코 씨, 일단은 찍어볼까?
수영복은 그렇다치고, 바다와 여성이라는 건 자주 있는 테마다.
오늘은 내리쬐는 햇빛, 해면에 반사광이 너무 강했다.
잘 안 나올 지도 모르지만,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사코 신페이 : 그렇네. 그럼 역광이 되지 않게, 그쪽으로 이동해 줄래?
에노마치 스즈노 : 여기면 돼?
쭈그려 앉아 파인더를 본다.
돌아보는 스즈노에게 핀트를 맞추고,
끝 없이 펼쳐진 해안선을 배경에 넣었다.
점장 : 오, 이거 좋군! 스즈노는 역시 귀엽다니까! 스즈노, 스마일 스마일!
에노마치 스즈노 : ....아빠, 시끄러
사코 신페이 : 자, 찍는다~
에노마치 스즈노 : 으, 응
왼손을 돌려, 줌을 돌렸다.
이번엔 시야에 반에 스즈노의 표정을 넣는다.
광원의 관계상 음영이 강해, 레프판이 그리워진다.
점장 : 어디어디, 좀 보여주겠나?
점장님은 카메라의 모니터를 보고는, 커다랗게 웃는다.
점장 : 오오우! 마치 모델 사진 같군! 꽤 하는걸 사코군! 스즈노, 아이돌이 되면 안된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안돼! ....아아, 찍는거 관두자 관둬! 아빠 앞에선 무진장 부끄러워서 못찍겄어!
점장 : 뭣이!? 사코군 앞에선 안 부끄럽단 말이냐!
에노마치 스즈노 : 에? ....아니,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점장 : 부끄러운 모습은 단 둘만 있을때 뿐, 이다 이건가....
에노마치 스즈노 : 그니까, 아니라고 했잖여!?
점장 :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아아, 드디어 스즈노도 어른의 계단을 오르는 구....
성대하게 머리를 맞고, 점장님은 모래사장에 얼굴을 묻었다.
때린 스즈노는 새빨간 얼굴을 하며 어깨로 씩씩 숨을 쉬고 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아 진짜! 정말 바보 라니까....
사코 신페이 : 괜찮으세요, 점장님....?
모래에 얼굴을 묻으면서도,
위세 좋은 Thumb's-up sign(역자 주1)이 돌아왔다.
좀 더 묻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에노마치 스즈노 : 맞다. 모토카 언니 찍는건 어뗘? 모토카 언니 미인이고~. 완전 좋은 사진이 나와번질 걸?
그 말을 듣고, 모토카씨의 어깨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지금까지 대화밖에 있던 건,
이 대화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노사카 모토카 : 나, 난 됐어. 창피하고....
점장 : 좋구만, 부끄러워하는 여성은 일본의 보물이지
또 묻혔다.
..................................
점심을 먹은 후,
차내에는 느긋한 정적이 찾아왔다.
열해를 넘자, 해안선이었던 경치는, 모래사장에서 암벽의 계곡으로,
온천가는 어촌의 풍경으로 변해간다.
시속 60KM로 흘러가는 경치를, 스즈노는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다.
차는 내비게이션에 이끌리듯 좌회전하고, 경관은 산길로 바뀐다.
헤어핀커브를 돌 때마다, 4명의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흔들릴 때마다 모토카씨에게 안기는 스즈노에게,
조금이나마 질투와 부러움을 느끼면서.
나무들로 가득한 터널을 바져나와,
4명은 산 깊은 곳의 작은 로그하우스에 도착했다.
모토카씨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별장이었다.
.................................................
통나무로 지어올린 로그하우스에는,
석양이 내리쬐기 시작하고 있었다.
차를 뛰어 내리자마자, 스즈노는 함성을 지른다.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 뭐야 이거, 완전 별장이라는 느낌이잖여! 멋지다!
점장 : 이야, 이거 멋진걸. 모토카한텐 감사감사 해야겠구만 그래. 이런 멋진 별장일줄은 몰랐어
이노사카 모토카 : 뭐, 최저한의 설비밖에 없지만, 나쁘진 않을 거에요
에노마치 스즈노 : 별장이라니 진짜 멋지다....모토카언니, 부잣집 아가씨였구나
이노사카 모토카 : 아버지의 취미야. 직접 지으신거라, 그렇게 비싸지도 않거든
주변에는 나무들도 가득하고, 자연의 정적에 감싸여 있었다.
깨끗한 공기가 너무나도 기분 좋다.
사코 신페이 : 여기 오는것도 오랜만이네요
이노사카 모토카 : 그렇네. 벌써 5년인가...
내가 여기 온 건, 오늘로 4번째가 된다.
모토카씨의 입부 이후,
천문부 합숙은 항상 이 장소로 정해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여름의 추억의 대부분은, 이 로그하우스 곁에 있었다.
별을 올려다보지 않고, 손에 든 폭죽을 바라보며,
담력시험을 하며 시끌벅적하고, 밤샘하며 시끌벅적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침에 아쉬워했던, 그런 계절이 있었다.
으 때는 아직, 이런 형태로
다시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누구나 눈 앞에 일상으로도 벅찼던, 그 때.
지나간 날들을 생각하며, 몇초 동안 눈을 감는다.
점장 : 그럼, 짐을 내려보자구. 무거운 건 사코군이 들테니까, 두 사람은 가벼운 걸 옮겨줘
에노마치 스즈노 : 네~에
사코 신페이 : 네....
여성진은 자신들의 짐을 들고 재빨리 현관으로 걸어간다.
문을 열자, 스즈노의 함성소리가 들렸다.
점장 : 자 바로바로, 사코군에게는 아이스박스가 선물이다
트렁크 한쪽을 점거한 30리터급의 상자는,
물을 머금은 수건같은 무게를 갖고 있었다.
사코 신페이 : 끄악....뭔가요, 이거. 엄청 무겁네...
점장 : 힘내라구 사코 군. 뭐 그래봤자, 술병하고 얼음하고 식재료하고 페트병이 조금 들어잇을 뿐이니까
사코 신페이 : 자, 잠깐, 이 무게는, 무리.... 저, 점장님, 도와주세..
점장 : 인간의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것과 같다. 나는 이 말이 맘에 들더군
사코 신페이 : 이, 이야기를 좀 들어주세...
점장님 : 핫핫핫, 갯 태어난 새끼사슴처럼 다리가 부들부들 거리는군 사코 군. 찔러봐도 되겠나?
사코 신페이 : 무슨 말씀 하시는거에요!? 때릴겁니다?
점장 : 오오, 무서워라 무서워. .....호~이 호이
꾹 꾹.
사코 신페이 : 후논후!!
...........................................
식칼은 일정한 리듬을 맞추며,
후라이팬은 치직거리는 음향으로 하모니를 만든다.
짐을 다 옮기고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할 무렵에는
창분밖 풍경은 검은 색 만이 가득해있다.
램프뿐인 조명은 나무로 된 벽면에 부딪혀 발산하여
방에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제공된다.
점장 : 뺨을 쓰~다듬는다~ 비 오는 날에~눈물 한 방울으~을 흘리면~ 토오!
조리실의 화로 위. 템포에 맞추어
볶아지는 붉은 색, 노란색의 파프리카, 가지가 하늘을 나른다.
옆에서는 냄비가 지글지글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엔카인가요?
점장 : 실례로군. 이래봬도 소년시절엔 가수 지망이었다구
포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양파를 벗긴다.
찌르는 듯한 눈의 고통에 눈물을 머금는다.
강판위에서는 이미 인삼이 갈려있어
드레싱이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시판물을 사지 않는 건, 단순히 점장님의 집착이었다.
조미료도 기름도,
평소엔 보기 힘든 고급감 넘치는 병에 들어 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식사당번, 잘하고 있어~?
점장 : 조금만 있으면 다 된다~. 한 껏 기대하고 기다리라구
오늘 밤 요리당번은 남자 2명이었다
그 대신, 내일 아침은 여성 2명.
에노마치 스즈노 : 뭐여, 사코씨는 샐러드 담당이여? 사코씨는 요리 못하나보네?
사코 신페이 : 그럭저럭은 해. 일단 이래봬도 자취하고 있으니까. 볶음밥이라든가 계랸볶음밥이라든가 김치볶음밥이라든가
에노마치 스즈노 : ....비뚤어진 볶음밥 애호가네. 그거밖에 없능겨?
사코 신페이 : 사가미코보다 볶음밥을 더 사랑하거든. ....그러는 스즈노의 주특기 요리는?
에노마치 스즈노 : 몽블랑! 그리고 푸딩이라든가 가토쇼콜라라든가, 과자는 대부분 다 만들 수 있지롱~
에헴, 하고 말하며 납작한 가슴을 펴는 스즈노.
아버지 어깨너머라곤 해도,
고교생이 거기까지 만들 수 있는건 솔직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사코 신페이 : 그거 대단한데. ....모토카씨는 이건 뭐 달걀후라이도 재처럼
거실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서 강열한 프렛셔를 느꼈다.
거역해선 안된다, 그런 무언의 프렛셔가.
이노사카 모토카 : .....사코. 준비는 잘 되고 있겠지?
사코 신페이 : 그런고로 저녁밥은 조금만 더 있으면 되니까 얌전히 기다려줘 스즈노 알겠니 잘 알겠지
점장 : 사코군, 자네의 그 얼빠진 모습은 가끔 걱정까지 하게 만드는 군
....진심으로 불쌍해 하지 마세요.
....................................
사람은 겉모습만 보면 모른다고 생각한건,
점장님이 녹색 테이블크로스까지 지참해왔다는 것이었다.
이 용의주도함은,
평소 언동에서 1미크론도 예측할 수 없다.
깔린 천 위에 놓인 요리에,
따뜻한 램프 빛이 부드러운 음영을 주고 있다.
카레, 샐러드, 수프라고 말하면 간단하지만,
제대로 끓인 치킨카레에는,
볶은 파프리카등등의 채소가 색채를 연출하고,
밥 위에는 정성스레 파셀리가 뿌려져있다.
서니 레터스(양상추의 일종. 잎이 넓으면서도 주름이 졌음)를 중심으로 한 신선한 샐러드에는,
갈아 넣은 채소드레싱의 깊은 맛.
양배추와 깍뚝썰기한 베이컨의 콘소메수프에서는,
마늘을 잘 살린 단맛 강한 조미료가 되고 있었다.
나와 모토카씨의 앞에는 와인 글래스가 놓여있고,
모토카씨가 지참한 와인(지곤타크 1988년)이
적갈색 라인을 그리고 있다.
에노마치 부자는 다질링 티가 놓여있다.
이노사카 모토카 : ....점장님, 프로셨어요?
점장 : 핫핫핫. 그저 평범한 케이크가게에 아저씨일 뿐이지
자신도 모르게 물어본 모토카씨였지만, 나도 같은 의견이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그럼, 에, 그러니까, 건배해야지?
이노사카 모토카 : 그래. 자, 사코. 인사
사코 신페이 : 엑? 아, 그러니까~, 오늘은
에노마치 스즈노 : 건배~!
모토카&점장 : 건배~!
사코 신페이 : ....건배에~....
여전한 취급에 마음속으로 눈믈을 흘렸지만,
유릿잔을 맞추는 모토카씨는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시선만으로 성립되는 대화. 완전 놀이감에된 나에게
"힘 내"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진 것 같았다.
아직 이 때는, 모토카시가 담당의에게 고개를 숙이고
오늘의 일에 대해 간곡히 부탁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카레는 짙은 고기의 단 맛과 향신료의 자극을 주어,
와인의 뇌로 달콤한 바람을 보낸다.
스즈노는 바라보는 모토카씨의 시선은,
마치 자신의 딸을 바라보는 듯한 온화함을 띠고 있었다.
개걸스레 웃는 점장님에게, 병상태를 설명하는 괴로운 표정은 없었고,
스즈노는 그저 순수한 여자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빛 아래, 따뜻한 식사 위.
가능성상의 불행을 뒤엎으려는 듯이,
4방향의 부드러움이 펼쳐지고 있다.
밖은 정적의 밤.
TV도 오디오도 없는 공간에, 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셔터를 내리기엔 너무나도 따뜻한 식탁이,
천천히 지나갔다.
.................................
점장 : 큰일일세 사코 군! 내 엉덩이가 2개로 갈라져 버렸어!
사코 신페이 : 원래 그래요. 그냥 이렇게 된 거 3개로 갈라지세요
점장 : 일단 보라구!!
사코 신페이 : 차 버릴 겁니다
바위로 된 노천온천에 엄청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손님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밤하늘 아래, 초롱 형태의 불빛이 따스함을 띠는 빛을 내뿜고,
검은 바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온수를 반짝이게 한다.
사코 신페이 : ....춥다
주위에 온기가 있긴 하지만,
희미한 바람이라도 냉기가 날아와 피부를 찌른다.
재빨리 세면대로 향했다.
싸구려 나무 바가지에 물이 채워진다.
온천의 조명 때문인지, 밤하늘에 별이 잘 안보인다.
천체관측전에 온천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가자,
라는 모토카씨의 제안에 전원 찬성해서,
지금 이렇게 알몸으로 바가지를 바라보고 있다.
아무리 껴입어도
밖에서 유유히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극한의 추위와의 싸움이다.
그걸 생각해서 낸 제안일지도 모른다.
점장 : 여보, 등 밀어 줄까요?
점장님 : 뾰족한 옆 의자에 앉았다.
개인적으로, 앞은 좀 가려줬으면 좋겠다
사코 신페이 : 아뇨, 무진장 괜찮습니다
점장 : 핫핫핫. 최근 젊은 것들은 수줍음이 많구만.
모처럼 알몸으로 같이 있는건데.
좀 더 쎄게 가라구, 쎄게
쎄게 라고 말할 때마다 허벅지를 버리는 건 정말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지만,
부탁하는 것마저 포기하고, 비누를 손에 집었다.
먹물을 쓴 탓인지, 비누 색이 새까맣다.
에노마치 스즈노 : 잠깐~! 아빠 시끄러~!? 뭘 그리 소란피우는겨?
갑자기 스즈노의 목소리가 반대쪽 탕에서 들려왔다.
점장 : 이야, 미안미안. 이쪽은 아무도 없거든! 사코군과 치크댄스를 추고 있던 참이지. 알몸으로
에노마치 스즈노 : 그랬구나~. 이쪽도 아무도 없어. 모토카시랑 둘이서 완전 전세 내버렸어~
벽을 바로 너머에 여탕이 있는 모양이다.
이 너머에.....하고,
너무 깊게 상상하지 않도록 하며 탕속으로 향한다.
스즈노는 빈유, 라는 점장님의 중얼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모토카씨는 옷을 입으면 말라보이는 타입.
이라는 내 망상도 전부 던져버린다.
사코 신페이 : 아아....
탕에 어깨까지 담그자, 자연스럽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물 온도는 뜨거운 편. 혈액이 열을 띠고,
열심히 온 몸을 맴도는 느낌이 정말 기분 좋았다.
어른 6명은 들어갈 만한 바위로 된 온천탕.
그 끝에서 뜨거운 물이 끊이지 않고 흘러 들어온다.
시야 끝에 있어야 할 산의 풍경은,
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밤하늘에 떠 있는 희미한 능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있지 있지, 모토카 언니
이노사카 모토카 : 왜?
아아, 마음이 깨끗해진다.
목소리가 들려와도 아무것도 상상하지 말자.
마음은 새하얀 상태다.
에노마치 스즈노 : 어떻게 하면, 모토카언니 같은 몸이 될 수 있을까?
점장 : ....사코 군. 침을 발사하는 건 좋지 못한 짓이야
이런 때만 제대로 된 지적하지 말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말은 밖으로 나올 일 없이.
모든 감각기관은 청각에 우선도를 넘기고,
의식은 벽 너머를 향하고 있다.
향하고야 말았다.
이노사카 모토카 : 에, 에, 에? 그, 그런 거...
에노마치 스즈노 : 그런거 있다! 뭐여? 미인인데다 이런 피부색이라니 반칙이여! 스타일도 좋고!
이노사카 모토카 : 자, 잠깐, 스즈노!?
아아, 이 물소리는 모토카씨가 몸을 팔로 가린 소리구나. 부끄러워하는 모토카씨는 피부색도 하얗고 귀엽구나아.
놀리려는 생각 전혀 없이, 솔직한 질문을 던지는 스즈노. 엘을 보내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 않는구나.
온천대화의
STANDARD OF STANDARD를 추진하고 있는 벽 너머에서,
보이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어 간다.
에노마치 스즈노 : 좋겠다...왜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거지....4년 지나도 모토카 언니처럼은 안될 것 같아...
이노사카 모토카 : 괘, 괜찮아. 지금부터 성장할 경우도....
에노마치 스즈노 : 그려?....아, 모토카 언니, 왜 떨어지는거야? 딱히 한 것도 없잖여
이노사카 모토카 : 스즈노, 눈이 무거워....손도 왠지...
에노마치 스즈노 : 아무것도 안 혀, 아무것도 안 혀어어어...에잇! ....우와, 엄청 부드러워~!!
에노사카 모토카 : 스, 스, 스즈노!? 자, 자, 잠깐!!
에노마치 님. 대체 뭐가 부드러운 건가요.
그걸 좀 명확하게 말 안해주시면 슬퍼 소년이 노인이 되고 공부도 대망할 것이고 인생 50년에 끝날 것이옵고 낭속의 꿈 또한 역시 허망한 꿈
점장 : 어~이, 사코 군. 괜찮나?
눈 앞에서 점장님이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어보지만,
이미 의식 밖에 있다.
지금 눈 앞에 있는건 상상속의 원더랜드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하핫. 모토카 언니,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하능겨? 얼굴 새빨갛구만
이노사카 모토카 : 그, 그, 그치만....사, 사코도 듣고 있고...
새빨간 얼굴을 한 모토카씨의 표정이 선하다.
너무나도 귀여운 그 모습에 그냥 묻혀버리고 싶다.
성실한데다,
이런 케이스엔 완전히 약한 이 사람의.....
에노마치 스즈노 : 귀엽네, 모토카 언니.
그~런~걸로 밀고 가면,
사코시같은건 1초만에 함락시킬 수 잇을텐데잉
이노사카 모토카 : 그, 그런 건....
그런 건 있습니다요 물론입죠.
그냥 훅 가죠. 그 훅 가버린 사람이 여기있습죠.
점장 : 사코군, 사코구~운.
그렇게 벽에 귀를 갖다대고 무슨 일 있나?
이노사카 모토카 : 에? ...자, 잠깐 사코! 뭐 하는거야!?
사코 신페이 : 아무것도안했습니다.안들립니다.나,사코,아님미다
이노사카 모토카 : 바보! 다 들리잖아!?
큰 소리를 지르는 모토카씨에 반해,
에노마치 부자의 웃음소리가 서라운드로 울려퍼졌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아~. 재밌다~. 모토카 언니, 병원에선 완전 쿨 한데~
이노사카 모토카 : 아아 정말....
점장 : 이야, 정말 좋은걸 들었군. ....이쪽도 뭔가 보담을 해야할 것 같군, 사코 군
사코 신페이 : 뭘 말이에요? 그리고 사람 눈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지 마세요. 근거리에서 보여주지 마세요
점장 : 핫핫핫. 사코군은 피부가 하얗군. 부러워
사코 신페이 : 무슨 소릴...아, 아니, 진짜로 다가오지 말아주세
점장 : 에잇! ....웃호오! 완전 부드러워!!
이노사카 모토카 : ..........
에노마치 스즈노 : .........
사코 신페이 : .......
점장 : ..........
이노사카 모토카 : ..........
에노마치 스즈노 : .........
사코 신페이 : .......
점장 : ..........
참방. (반대쪽 탕에서 올라오는 소리)
드르르륵(문이 닫히는 소리)
사코 신페이 : ........
점장 : ..........
사코 신페이 : ........
점장 : ..........
사코 신페이 : ........
점장 : ....오늘은 별이 아름답군 사코 군
사코 신페이 : 진심으로 때려도 괜찮을까요
...................
밤의 산길. 라이트밴은 헤드램프를 앞에 두고,
짙은 어둠속을 뚫고 나아간다.
반대 차선으로 가는 차도 민가도 없는, 그저 조용한 밤.
나무들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간다.
커프를 꺾을 때마다, 고도는 상승한다.
목적지는 이 길의 끝에 있는 주차장.
목적은 별을 보는 것.
그 광경, 그 목적에, 처음이 아니더라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즈노는 목욕 후 상기된 얼굴 그대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를 차창너머로 보내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즐거워 보이는구나, 스즈노
에노마치 스즈노 : 그러는 사코 씨야말로, 왠지 즐거워 보이네. 근데, 뭘까? 왜 별을 보는 것만으로 두근두근 하는 걸까?
이노사카 모토카 : 스즈노는 초등학교 시절에 천체관측 안해봤어?
에노마치 스즈노 : 해봤어 해봤어! 그것도 엄청 두근두근 했었지~!
이노사카 모토카 : 옛날부터....그야말로 수천년 전부터, 사람은 밤에 뜬 별을 바라보며 살아왔지. 연령, 국적, 성별, 그 무엇도 관계 없이
이노사카 모토카 : .....어쩌면, 길고 긴 세월동안 인간에게 새겨진 본능 같은 걸지도 모르지
에노마치 스즈노 : 그렇구나....왠지 로맨틱해서 멋지다...
단차로 인해 차가 약간 흔들렸다.
4명은 시속40KM의 속도로
하늘과 가까운 장소를 향해 간다.
........................................
에노마치 스즈노 : 추워!!
밤의 주차장.
차 문을 연 순간 뱉은 첫 말은,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이었다.
제2동작으로 한 가득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며, 모두가 하나같이 똑같은 탄성을 질렀다.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
빨강, 하양, 파랑. 무수한 빛나는 점들이 상공에서 반짝이고 있다.
시야의 접점은 무한너머의 혹성에 빨려들어가,
몸이 중력을 잃어버린다.
주차장에 움직이는 건 하나도 없고, 낮에는 시끄러웠던 레스트하우스도,
하이웨이도, 산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길도,
압도적인 밤의 정적에 휩싸인다.
전방에는 나무들도 차단할 수 없는,
파노라마의 공간이 펼쳐져 있다.
멀리 마을의 희미한 빛과,
나락같은 칠흑과도 같은 태평양이 보인다.
잔디 위에, 레저시트를 깔았다.
그 위에 굵은 모피를 깐다.
그 위에 랜턴형 모피를 둔다.
천체망원경을 트렁크에서 꺼내,
삼각대를 그 옆에 세운다.
골짜기를 빠져나온 약한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고, 희미한 소리를 만든다.
도착한 바람은 윗옷의 섬유를 통과해, 팔에 냉기를 부여한다.
에노마치 스즈노 : 저기저기 사코 씨. 망원경, 써도 돼?
뱉은 하얀 입김이 사라지기까지 몇 초를 요하는 극한의 추위 속.
스즈노는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좋아
스즈노는 접안 렌즈를 바라본다.
에노마치 스즈노 : 오, 오오~? 응? 응~/ 응~? 오오~!!
관광지의 100엔 투입형망원경을
바라보는 아이같은 리액션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에노마치 스즈노 :저기 저기 사코씨. 이건 뭐야? 무슨 별자리야? 엄청 별이 많아서 잘 모르겠다......
사코 신페이 : 응? 어떤거?
망원경을 바라보자,
검은 캔버스위에 하얀 모래를 뿌려 놓은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 무수한 하얀 점 하나하나가 별이고,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의 시간을 거쳐,
이 작은 혹성으로 빛을 보내고 있다.
사코 신페이 : .....으~음, 겨울 하늘의 은하수야. 오른쪽이 오리온자리인데, 알겠어?
에노마치 스즈노 : 오리온자리라면 나도 알아! 잠깐 보여줘
내 머리를 밀고는 접안 렌즈의 소유권이 억지로 바뀌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에에~? 어디? 사코시, 어떤게 오리온 자리야? 너무 많아서 모르겄어
눈을 렌즈에 고정시킨채로 오른손을 파닥파닥 거리는 스즈노.
점장님이 작게 뿜는 소리가 들렸다.
사코 신페이 : 정 중앙에 하늘의 은하수가 보이지? 거기서 오른쪽으로 밝게 빛나는 붉은 별이 보여?
에노마치 스즈노 : 빨간 거...? 으~음...아, 있다. 이건 뭐야?
사코 신페이: 베델기우스 오리온 자리의 오른쪽 위에 있는 별이야. 거기서 오른쪽 아래, 이번엔 푸른별이 보여?
에노마치 스즈노 : 에? 뭔가 한 가득 있는데....아, 이건가? 가장 큰 거
사코 신페이 : 분명 그게, 리겔. 오리온자리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별이야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아....평소에 보던거랑 전혀 다르네. 멋지다....사코씨, 희미~한 안개 같은건 뭐여?
사코 신페이 : 확실히.....뭐였죠?
이노사카 모토카 : ..............
지원을 요청하려고 돌아보자, 모토카씨는 일절 눈치챈 기색도 없이,
지나치게 부드러울 만큼의 미소를 띄우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운동하기 싫어"라며 천문부에 있던 나와는 달리,
순수하게 별을 보는걸 원했던
옛 부장다운 표정일지도 모르겠다.
사코 신페이 : 모토카 씨
이노사카 모토카 : ......에? 미안, 뭐라고?
에노마치 스즈노 : 오리온 자리 근처에 있는 안개 같은건 뭐여~?
이노사카 모토카 : M42, 오리온 대성운이야. 아니면 버나드. 루프일거야. 어때, 스즈노? 알겠어?
에노마치 스즈노 : 보이.....는건가? 잘 모르겠지만, 예쁘니까 뭐 어때?
이노사카 모토카 : 그래 뭐 어때. 중요한건 별의 이름이 아니라 아름다운 별 가득한 하늘을 보는 거니까.
에노마치 스즈노: 그렇지! ...우와. 멋지다....예쁘다....
그 후에도 스즈노는 계속해서 망원경을 보며,
알데바란,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아, 카페라, 게다가 마이너한 별까지 관측했다.
스즈노는 계속해서 서쪽 하늘을 제압하고, 마지막으로 크게 기침을 했다.
기온은, 마이너스를 한참 내려간 상태였다.
.................................
레저시트 위에 앉아, 4명은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포가 3장밖에 없어서,
스즈노는 점장님 무릎 위에 앉아 모포를 감고 있다.
캥거루 부자를 연상시키는 상태에,
스즈노는 처음은 싫어했지만, 내심 기뻐 보이는 듯 했다.
나도 모토카씨와 함께........라는 망상이 한 순간 부풀어올랐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하늘아래에서는 부적절하게 느껴지니 이상할 일이다.
태고부터 이어지는 별들의 반짝임 아레에서는, 기분 좋은 정적이 있었다.
그것을 어지럽히지 않으려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대화는 끊기고,
이윽고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게 되었다.
희미한 바람소리. 짙은 안개처럼 칠흑같은 어둠은 주변을 가리고,
그저 그곳에는 정적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몇분일까, 몇십분일까.
시간의 감각마저 애매해질 무렵, 토모카시가 희미하게 움직인다.
이노사카 모토카 : 사코. ....자.
오른손에 스텐레스제 물통.
모토카씨에게 받은 커피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가득했고,
손에 부드러운 따스함을 주었다.
입에 퍼지는 희미한 쓴맛과, 코에 닿는 커피 향기.
몽환적인 별빛아래, 모토카씨가 조용히 미소지었고
나도 어줍잖은 미소로 답했다.
그 광경은 강열한 데자뷰를 느끼게 했고,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그 무렵, 이 곳에서, 이렇게 우리들은 지금처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대도 이렇게, 모두가 말이 없었다.
아연한, 너무나도 광대한 시야에 대한, 경외.
아니면, 감동.
아니면, 그 이외에 무언가에 의해,
우리들은 질리지도 않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노사카 모토카 : .....후우......
커피를 마신 모토카씨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그때도 그랬다.
모토카씨는 커피를 마시고 작게 중얼거리듯,
마침 옆에 있었던 나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다.
그 "마침"은 나에게 짝사랑을 주었고,
그때 사건으로 영향을 끼치고,
지금의 천체관측으로 이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
선배는, 하늘을 보는게 좋다고 하셨죠.
그런 아무렇지 않은 소릴 한 후였다.
이노사카 모토카 : 사코군. 지금, 어떤걸 생각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름 합숙날 밤.
열대야와는 무관한 공기와 여름의 대삼각형 아래에서,
모토카씨는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때는 아직, 별 보다도,
모토카씨의 스커트 아래로 나온 다리가 더 신경쓰였었다.
이노사카 모토카 : 별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자신의 목숨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아?
사코 신페이 : 하아....
이노사카 모토카 : 저번에 책에서 읽었어. 우주의 역하로 본다면 우리들의 인생같은건 눈깜빡할 시간밖에 안된다고
사코 신페이 : 그렇게 짧아요?
이노사카 모토카 : 그래. 우리가 우주였다면, 지금 이렇게 사코군과 이야기하는 시간속에서, 몇천세대의 인생이 끝났을 테니까
사코 신페이 : ....뭔가, 상상도 안되네요
이노사카 모토카 : 응. 상상도 안돼. 그런 터무니 없는 소리긴 하지만, 지금, 우리들 위에 있는 건 말야.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거겠지
사코 신페이 : 뭐, 확실히 있었겠죠
이노사카 모토카 : 우리들은, 우주 속에서 살고 있어. 무수한 별을 속의, 단 하나. 절묘한 밸런스를 유지한, 지구라는 혹성에서....
솔직히, 그 시절 나는
모토카시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아마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노사카 모토카 : 그런 말 하잖아. "우주에 비하면 우리들 같은건 한 없이 존재다" 라는거
사코 신페이 : "하물며 인간의 고뇌 따위"로 이어지죠
이노사카 모토카 : 응응. 하지만 난 그다지 맘에 안들어 그 생각. 설령, 작은 한 순간의 생명역시, 반짝일 수 있다고 생각해.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뭐라 대댭해야 할지 몰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노사카 모토카 : ...그렇게 생각은 하지만, 우주라는 건 정말 압도적이지. 이길 방도가 없어. 마치 하느님 손바닥 위. 살려두는 것도 으깨버리는 것도, 우리들에게 선택지가 없어
이노사카 모토카 : 장난삼아 약간만 밸런스를 흐트리는 것 만으로도, 우리들 같은건 가볍게....
모토카씨는 그 사이에 커피를 작게 마셨다.
이노사카 모토카 : 그래, 분명 나는, 하늘을 보는게....
나는, 그 후에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부근은 기억이 애매해졌다.
이유는 단순히 열론에 마음을 빼앗긴 모토카씨가,
어깨를 접촉시키고, 얼굴을 접근 시키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순수했던 나에게 있어,
그건 심장을 직접 쥐어짜는 듯한 일이었으니.....
이노사카 모토카 : 저기 사코군? ........사코군?
이노사카 모토카 : ......사코? 왜 그래?
사코 신페이 : 에?
이노사카 모토카 : .....날 보고는 굳어버려서....무슨 일 있어?
사코 신페이 : 아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노사카 모토카 :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나의 대답에 모토카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그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별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동안은,
또 그 시절 같은 일을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오른손에 든 커피는 식어있었다.
한 번에 마신 후, 눕는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 좋겠다. 나도 누워서 보고 싶어
스즈노는 아기 캥거루처럼,
점장님이 덮고 있는 모포안에서 빠져나온다.
에노마치 스즈노 : 사코 씨, 끝에 비었지? 실례좀 할게~
대답할 사이도 없이,
스즈노는 모포를 끌어당겨 모포의 한쪽 반을 빼앗아 버렸다.
에노마치 스즈노 : 아하핫. 같이 모포 덥는거야. 생각지도 못한 이득 본거제?
사코 신페이 : 멋대로 뺏아놓고 이득 봤다고 해도...
에노마치 스즈노 : 뭐 어뗘. 불만인겨?
개인적으로는 모토카씨와 같이 모포를 덮고 싶었지만,
잠자코 있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어, 정면을 바라본다.
모든 시야가 밤의 별 가득한 하늘에 묻혀버렸다.
에노마치 스즈노 : 우와아...이건 또 다른 느낌이 있네...
사코 신페이 : 누워서 보면, 몸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
사코 신페이 : 아! 들어 들어! 부웅~ 하는 느낌!
앉아있을 때와 달리, 몸은 완전히 느슨해지고,
의식의 전부를 시야에 쏟아부을 수 있다.
육체의 감각은 애매해지고,
나와 우주의 경계가 점점 없어지는 감촉.
언제나 나는, 커피에 녹아드는 각설탕을 연상했다.
내가 입자단위로 하늘로 놀아드는, 그런 상상.
다시 부드러운 침묵이 이어졌다.
의식이 몸에서 빠져나와, 몇억만 광년 너머의 별로
조금씩 다가가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저기 사코씨
사코 신페이 : 응?
에노마치 스즈노 : 이런 생각하는거, 나 뿐일지도 모르지만....
사코 신페이 : 응
에노마치 스즈노 : ..........
스즈노는 작게 한숨을 쉰다.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그리고, 우주에서 보면 바람소리도 안될 작은 중얼거림으로,
작게 말했다.
에노마치 스즈노 : 별을 보는 건....무섭다, 고 생각 안해?
.....그래, 분명 나는, 별을 보는게, 무서워.
우주에서 보면 우리들 따윈 먼지같은 존재이고,
희소한 밸런스의 변화로 날아가버려, 사멸할 존재였다.
신의 손 바닥위에 우리들은 존재한다. 우주를 접할 때마다,
사람은 그것을 인식한다.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만천의 별 가득한 하늘 아래, 반짝임은 할말을 잃을 만큼 아름답고, 무서웠다.
아니, 공포를 내포하기에 비로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마저 든다.
에노마치 스즈노 : 예쁘다.... 부~웅하고, 점점 녹아드는 것 같은 기분이여...
저기 사코씨.
그 말은 너무나도 작게, 희미하게 나에게만 들려왔다.
에노마치 스즈노 : ....저기, 사코씨
다시 한 번.
시선은 하늘을 향한 채,
스즈노는 나에게 확실히 들리도록, 두번 속삭였다.
에노마치 스즈노 : "모든 것들이 사라질 때"라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때, 스즈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눈물이 흘러 내리는 걸 신경쓰지도 않고,
그저 별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스즈노가 운 이유는 알 수 없었고, 묻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옆에서 누워 있었다.
할 말도 찾지 못한 채, 별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노마치 스즈노 : ...............
스즈노가 내 손을 잡았다.
모포 속에서, 사랑이 아닌, 외로움에서 잡은 그 손은,
작고, 차갑고.....왠지, 나도 울고 싶어졌다.
우리들의 인생 같은건, 우주의 역사에 비교하면,
한 순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끝나도, 60년 후에 끝나도, 한 순간일 뿐이다.
그 우주마저도, 언젠가는 끝난다.
영원히 이어질 현상은,
수식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그 너머에 무엇이 있어도, 다음이 없다해도,
이렇게 별을 보는 사실만은 계속하게 남길 것이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구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로서, 남겨간다.
길고긴 한 순간 속에서.
그런 아무렇지 않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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