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은건 아니지만 일단은 쓴다.
예전 친구에게서 맹렬한 기세로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를 추천받은 적이 있다.
그 시절엔 그로테스크나 호러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지라 쉬쉬하다가 어떤 미디어매체를 접하게 되었다.
리뷰한 블로거중 한군데를 둘러봤으나 역시 나와 비슷한 이유였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러브크래프트가 무슨 책을 만들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공포의 보수'라는 책을 구입하게 된다.
이런 책이었다.
표지부터 심상치가 않아 분명 뭔가 있다는 포스를 느끼며 나는 이 책을 넘겼으나 5분만에 잠이 들어 버렸다.
이유는 번역이 너무 구려서.
영어 갓 배운 초등학생도 이 정도보다는 번역 더 잘할 것 같았다. 진심이다. 문제는 이거말고도 같은 제목으로 한 권이 더 있다. 궁금하면 예스24에서 검색.
이래저래 레전드급 물건이었고 우리나라에 러브크래프트의 서적을 번역하여 발매한 출판사는 없던지라 그저 쉬쉬하던 차에
이번에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을 모아 종류별로 만들어 전집이 나오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지지 못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 제대로 나오게 되어 기쁘다. 내가 보고 싶은건 크툴루신화였던지라 다음권은 살지 말지 애매하다만.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그로테스크 호러 문학이라고 할 만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주인공이 급박하게 쫓긴다든가 뒤에서 낫들고 가면쓴 인간들이 쫓아온다든가 하진 않는다. '인스머스의 그림자'편에서는 조금 쫓아오나...
공포에 대한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지만 기승전결의 승이 무한히 이어지는 느낌이랄까,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로 불안하고 두려운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더욱 더 두렵고 짜증까지 느끼게 되는 상황을 지속해서 느끼게 하는 것이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최소한 이번 전집에서는.
공포영화로 치자면 조용하고 음산한 음악이 흐르면서 주인공이 살인마를 피해 천천히 도망가는 중, 살인마가 덮쳐오기 바로 직전의 그 초조함과 고요함이 항시 지속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의 영향은 상당히 엄청난 편이어서 '아직까지' 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때 소설중에 나오는 금서 '네크로노미콘'이 실존하는 책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래저래 설들이 많았고, 이런 것들을 노린 출판사에서는 가짜 네크로노미콘들을 찍어서 팔아먹기도 했었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게임에서도 작품내 세계관을 인용하여 사용하기도 했는데 모모게임에서는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이 '아캄'시티라든가 어떤 최고마도서의 이름이 '네크로노미콘'이라든가 또 어떤 모모모게임에서는 히로인에 대해 어떤 연구자에 의하면 이 녀석이 우주에서 온 미지의 생물체라든가...외에도 이런저런 인용이 많다.
책을 책으로 끝내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추천하기 어렵고 책에서 쓰인 설정에 목숨거는 '설정광'이라면 필히 읽어볼 가치가 있고 조사해볼 가치가 있는 작가이다. 이래저래 많지만 크툴루신화쪽만.